[여행의 향기] 아픈 역사 되새기고 태초로 시간여행… 박물관·미술관은 살아있다

입력 2018-02-18 14:44  

국내 박물관·미술관 탐방


[ 이선우 기자 ]
박물관과 미술관은 풍성한 이야기를 품고 있다. 놀이기구를 탈 때 느끼는 순간적인 짜릿함은 아니지만 차분히 내딛는 걸음 속엔 시간과 공간을 거스르며 마주하게 되는 인문학적 성찰과 감동이 숨어 있다. 얼마 남지 않은 겨울. 유난히 매서운 추위가 기승을 부린 이번 겨울의 대미를 박물관과 미술관 탐방으로 장식해 보는 건 어떨까. 여느 휴양지 못지않은 풍성한 볼거리와 이야기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지구 탄생부터 근현대로 떠나는 시간여행

추천코스: 서대문 자연사박물관~형무소역사관

서대문 자연사박물관은 국내에서 최초로 지방자치단체가 직접 기획해 운영하는 자연사박물관이다. 서울이라는 지리적 이점과 생동감 넘치는 디오라마와 영상, 체험 프로그램 등 다양한 볼거리로 2003년 개장 이후 매년 수십만 명이 즐겨 찾고 있다.

여러 전시물 가운데 1억500만 년 전까지 지구를 지배했던 몸길이 10.5m에 이르는 아크로칸토사우루스 화석과 지금도 전 세계 바다를 누비고 있는 16m 크기의 향유고래 모형 등이 명물로 꼽힌다. ‘지구환경관’ ‘생명진화관’ ‘인간과 자연관’ 등 세 가지 콘셉트로 나뉜 전시관에선 태양계와 지구 탄생의 역사, 한반도의 자연사, 고생대와 중생대, 신생대로 이어지는 지구 생명의 역사 등 우주와 인간이 걸어온 발자취를 확인할 수 있다. 관람시간은 평일 오후 6시까지, 주말은 오후 7시까지다. 동절기(11월~2월)는 오후 5시(주말 오후 6시)까지다. 성인 6000원, 어린이 2000원.

자연사박물관에서 3㎞ 남짓 떨어진 서대문형무소역사관은 일제강점기부터 민주화 항쟁에 이르는 대한민국 근현대사의 발자취가 깃든 곳이다.

1908년 일제강점기 경성감옥을 시작으로 서대문감옥, 서대문형무소로 이름이 바뀐 이곳은 유관순 열사 등 수많은 독립투사가 수감됐던 아픈 역사를 담고 있다. 서울형무소, 서울교도소, 서울구치소로 이름을 바꾼 해방 후부터 1987년까지는 독재 정권에 항거한 민주화 인사들이 이곳에 수감됐다. 유관순 열사 등 독립투사들이 수감됐던 허름한 옥사와 사진 등 유품, 일제가 사용한 고문 도구, 사형장 등을 둘러보는 순간 우리 민족이 겪었던 가슴 시린 역사 현장과 마주하게 된다.

전태일 열사의 어머니 이소선 여사, 민주화 운동에 앞장서다 고문을 당한 김근태 전 국회의원 등 민주화 운동가들의 유물도 만나 볼 수 있다. 관람은 오후 6시까지, 동절기는 오후 5시까지다. 성인 3000원, 어린이 1000원.

미술관에 말 체험까지… 풍성한 가족 나들이

추천코스 : 과천 국립현대미술관~국립과천과학관~렛츠런파크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은 1986년 경기 과천시 양짓말 덕고개에 들어선 청정 자연 속 미술관이다. 경북 영주 부석사에서 영감을 얻어 설계한 미술관은 청계산 자락에 살포시 얹혀 있는 독특한 모양을 하고 있다. 덕수궁, 현대미술관 서울관 등 도심 속 시설에서는 느낄 수 없는 고즈넉한 여유로움이 매력으로 꼽힌다. 수상기 1003대를 탑처럼 쌓아 만든 백남준 작가의 ‘다다익선’을 비롯해 산속 작은 마을이 미술관으로 바뀌는 초기 과정의 이야기를 담은 아카이브 전시 등 20세기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건축, 디자인, 공예 작품들이 8개 전시실에 걸쳐 전시돼 있다. 관람은 오후 6시까지, 동절기는 오후 5시까지다. 주말은 오후 9시까지 운영한다. 관람료는 전시에 따라 다르다.


현대미술관 과천관 인근 국립과천과학관은 국내에서 최대, 아시아에서 두 번째로 큰 규모를 자랑한다. 과학 문화의 명소로 불리는 이곳은 재미있고 알찬 구성으로 2008년 개장 이후 지금까지 240여만 명이 다녀갔다. 지난해 11월 재단장을 마친 자연사관은 자연이 들려주는 장엄하고 아름다운 이야기를 디오라마와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등 최신 정보통신기술을 통해 재현했다. 첨단 기술의 발전상을 체험할 수 있는 첨단기술관의 항공·우주코너와 실물 크기 공룡 모형 7종이 모여 있는 공룡동산, 패밀리창작놀이터, 곤충생태관, 자연생태공원 등 야외전시관도 놓치지 말아야 할 코스다. 관람시간은 오후 5시30분까지. 성인 4000원, 어린이 2000원.

과학관 건너편에 있는 렛츠런파크 서울(옛 서울경마공원)은 말과 관련한 모든 것을 배우고 체험할 수 있는 곳이다. 말 생태 탐방 프로그램으로 운영 중인 ‘시크릿웨이’ 투어는 평소 보기 힘든 경주마의 비밀스러운 공간을 보여주는 이색 코너로 어린 자녀를 동반한 방문객에게 인기가 높다. 직접 마사에 들어가 먹이를 주는 체험과 함께 말의 수영훈련 모습, 말굽 제작 과정, 말 전문 병원에서 말이 수술받는 과정 등을 직접 지켜볼 수 있다. 오후 4시까지 하루 다섯 번 운영한다. 참가비는 5000원.

국토 최북단서 마주하는 분단의 현실

추천코스 : 고성 통일전망대~DMZ박물관

강원 고성군 통일전망대는 가슴 아픈 분단의 현실을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안보여행 코스다. 여행의 시작은 전망대 앞 10㎞ 지점에 있는 통일안보공원에서 간단한 안보교육 영상을 시청한 뒤 민통선 검문소에서 출입증을 받는 것으로 시작한다. 전망대에 서면 6·25전쟁 당시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던 351고지를 비롯해 휴전선과 금강산의 신비로운 봉우리 등 손 뻗으면 닿을 것 같은 생생한 북녘의 풍경과 마주하게 된다. 전망대 오른쪽으로는 에메랄드빛 바다가 펼쳐지고 현종암과 부처바위, 사공바위 등 크고 작은 섬들이 떠 있는 해금강은 마치 시간이 멈춘 듯 신비로운 자태를 뽐낸다. 전망대 1층 통일관엔 북한 주민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각종 생활용품과 자료가 전시돼 있다. 관람은 오후 4시20분까지, 동절기는 오후 3시30분까지다. 성인 3000원, 학생 1500원.


통일전망대에서 차로 10분 거리에 있는 DMZ(비무장지대)박물관은 세계에서 유일한 분단국가인 대한민국의 현실과 통일을 바라는 간절한 염원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최북단 군사분계선과 가까운 민통선 안에 있는 박물관은 각종 전쟁, 군사 자료와 유물을 비롯해 자연, 생태, 민속, 예술 등 6·25전쟁과 DMZ에 관련한 다양한 전시물을 보유하고 있다. 2층부터 ‘축복받지 못한 탄생 DMZ’ ‘냉전의 유산은 이어진다’ ‘그러나 DMZ는 살아 있다’로 꾸며진 전시실은 3층 ‘다시 꿈꾸는 땅 DMZ’ ‘평화의 나무가 자라는 DMZ’로 이어진다. 1953년 7월27일 체결한 정전협정서, 미군포로 편지, 실종자 통지서, 군사분계선 표지판, 2006년 남북 아이스하키 친선경기 당시 입은 유니폼 등 분단의 아픔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다양한 전시품을 만나 볼 수 있다. 오후 6시까지, 동절기는 오후 5시까지. 성인 2000원, 어린이 1000원.

백제의 마지막 전투 현장으로 떠나는 역사기행

추천코스 : 논산 백제군사박물관~계백장군유적지

충남 논산시 연산면 일대는 백제 계백 장군과 5000결사대가 신라 김유신의 5만 군사와 맞선 황산벌 전투의 현장이다. 계백 장군은 이 전투에서 네 번 싸워 모두 이겼지만 수적 열세에 부딪혀 결국 패했다. 신라와 함께 삼국 통일을 다투던 백제는 이 전투를 끝으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백제군사박물관은 백제의 군사 문화와 호국 정신을 주제로 3개의 전시실로 구성돼 있다. 백제군이 방어를 목적으로 축성한 풍납토성과 웅진성, 부소산성 모형과 실물 크기의 군사와 행렬 모형 그리고 이들이 사용하던 갑옷과 무기 등은 1, 2전시실에 나눠 전시돼 있다. 논산의 역사를 집대성한 3전시실에선 청동기 시대 주거지에서 출토한 유물을 비롯해 고려시대 사찰과 조선시대 고택, 강경포구에 남은 근대건축물까지 시대별 유물을 만나 볼 수 있다. 황산벌 전투 4D 입체영상관, 포토존, 가상현실 체험은 박물관의 별관 격인 호국관에서 즐길 수 있다.


계백장군유적지는 백제군사박물관을 포함한 일대에 조성돼 있다. 박물관을 나와 잔디광장을 지나면 홍살문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계백 장군의 위패와 영정을 모신 사당인 충장사로 이어지는 문이다. 충장사에 안치된 영정은 문화재청에 등록된 계백 장군의 유일한 표준 영정으로도 유명하다. 출입구에서 사당까지 이어지는 문과 길은 세 개로 나뉘는 궁궐이나 종묘, 사원 등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삼문삼도(三門三道) 양식을 따르고 있다. 가운데 문으로 통하는 길은 사당에 모신 신이 다니는 곳으로 일반인은 다닐 수 없다. 관람객들은 오른쪽 문으로 들어가 왼쪽으로 나오는 구조로 돼 있다.

계백 장군의 묘는 충장사 옆 양지바른 곳에 푸른 소나무를 배경으로 조성돼 있다. 유적지에서 가장 높은 곳에 세워진 황산루는 박물관과 유적지 일대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곳으로 20m 남짓 떨어진 곳에 계백 장군과 5000결사대가 최후를 맞이한 황산벌 전적지가 자리하고 있다. 장기와 투호, 모형 말타기 등 전통놀이를 즐길 수 있는 상설 야외체험장엔 삼국시대 성을 공격할 때 사용하던 사다리 ‘운제(雲梯)’와 성을 공격할 때 성벽을 들이받거나 허물어뜨리기 위해 사용하던 수레 ‘충차(衝車)’ 등 각종 무기 모형이 실물 형태로 조성돼 있다. 오후 6시까지. 관람료는 없다.

예술의 고장 광주에서 즐기는 감성여행

추천코스 : 광주시립미술관~운림동 미술관거리~양림동 역사문화마을

광주는 예부터 음악과 미술, 문학 등 예술이 꽃핀 고장이란 의미에서 예향(藝鄕)이라고 불렸다. 1992년 문을 연 광주시립미술관은 서울을 제외한 지방자치단체가 최초로 개관한 공립 미술관으로 광주 예술여행의 1번지로 꼽힌다. 허백련, 오지호, 강용운 등 남도 출신의 대표 작가는 물론 실험정신이 돋보이는 지역의 젊은 유망 작가 작품을 만날 수 있다.


미술관 1층에 있는 어린이미술관은 광주 예술여행에서 절대 빼먹지 말아야 할 코스 중 하나. 작가들이 직접 설계하고 만든 작품을 모아 놀이터를 조성해 놓았다. 알록달록 화려한 색으로 꾸민 자동차, 우주선 모양의 미끄럼틀, 과학과 예술을 접목한 롤링볼, 상상한 것을 마음껏 표현하는 미술 체험실 등 놀이를 통해 보다 쉽게 예술을 접하고 이해할 수 있도록 꾸며 놓았다.

무등산으로 가는 길목의 증심사 아래 운림동은 크고 작은 미술관 서너 개가 모여 있어 운림동 미술관거리로 불린다. 거리 초입에 들어서면 국윤미술관에서 시작해 의재미술관, 무등현대미술관, 우제길미술관으로 이어지는 이정표가 가장 먼저 방문객을 맞이한다. 아기자기하고 독특한 디자인의 미술관에 딸린 분위기 있는 카페에 앉아 창 너머로 무등산 풍경을 감상하며 차 한잔의 여유로움을 즐기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장소다.

운림동 미술관거리에서 차로 10분 거리에 있는 양림동 역사문화마을은 사계절 여행객의 발길이 이어지는 광주 예술여행의 명소다. 쓰레기를 소재로 한 정크아트로 예술마을로 탈바꿈한 펭귄마을은 마을 어르신들의 걷는 모습이 펭귄을 닮아 이 같은 이름이 붙여졌다고 전해진다. 광주양림교회, 오웬기념각, 우일선 선교사 사택, 선교사 묘역 등 100년이 넘은 기독교 유적과 고택, 카페와 맛집, 빵집, 공방 등 마을 구석구석이 역사와 예술이 어우러진 다양한 볼거리로 채워져 있다.

이선우 기자 seonwoo.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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